South Gyeongsang Province

화개장터, 섬진강 뱃길이 낳고 노래가 다시 살린 영호남의 장터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의 화개장터는 화개천과 섬진강이 만나는 뱃길 끝자락에 선 전통시장으로, 조선 후기부터 형성돼 해방 전까지 국내 5대 장터로 꼽혔다. 1999년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되고 2014년 화재를 겪은 뒤 다시 세워진 장옥에서는 대장간, 재첩국집, 지리산 특산물 점포가 영업 중이며, 김동리의 소설 '역마'와 조영남의 노래 '화개장터'로 얻은 명성과 2022년 영호남 상인 갈등의 기억이 함께 겹쳐 있다.

KOTourLive 에디터팀 작성 업데이트: 2026년 9월 2일 9 min 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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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천과 섬진강이 만나는 '가항종점'이 장터를 키웠다

화개장은 화개천이 섬진강으로 합류하는 지점에 있으며, 섬진강에서 돛단배(행상선)가 거슬러 올라올 수 있는 가장 상류 지점인 '가항종점(可航終點)'이었기에 이곳에 대규모 장터가 들어섰다. 이런 물길 덕분에 여수·광양·남해·삼천포 등 남해안의 미역·청각·고등어 같은 수산물이 배로 올라와 하동·구례·남원·함양 등 내륙 지방의 쌀·보리, 지리산 화전민들이 내놓은 고사리·더덕·감자와 맞바뀌었다.

이 시장은 조선 후기부터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광복 전까지만 해도 국내 5대 장터로 꼽힐 만큼 번성했다. 경남일보에 따르면 화개장은 조선 영조 때인 1770년부터 5일장으로 전국에 이름을 떨쳤고, 지금도 그때와 같은 매달 1일·6일이 장날로 이어지고 있다.

지대가 낮은 화개장터는 섬진강이 넘치면 물에 잠기는 일이 잦았다. 벌목해 둔 원목이나 수박·참외 같은 농산물, 심지어 초가지붕이 원형 그대로 떠내려가는 모습도 낯설지 않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화개장터 인근 섬진강을 가로지르는 남도대교.
화개장터 인근 섬진강을 가로지르는 남도대교. — 사진 출처 gnnews.co.kr

1999년 복원된 9,917㎡ 장옥, 2014년 화재를 넘기다

옛 화개장의 자취가 사라진 뒤, 하동군은 1999년 12월 4일 화개면 탑리 726-8번지 일원 9,917㎡ 부지에 17억 원의 예산을 들여 전통 장옥 3동 등을 조성하며 지금의 화개장터를 복원했다.

2014년 11월 화재로 시설 일부가 소실된 뒤 다시 지어졌고, 하동군은 2016년부터 3년 주기로 장옥 입점자를 새로 모집해 왔다. 2016년과 2019년 모집에는 각각 74개 점포에 100여 개 점포가 몰려 30여 곳이 탈락하기도 했다.

장터 안에는 '화개장터'라 쓰인 표지석과 유래·노래 가사를 새긴 석조물, 역마상과 옛 보부상 조형물, 그리고 이곳에서 일어난 3·1운동을 기리는 기념비가 함께 서 있다.

정비 이후의 화개장터 아치형 출입구.
정비 이후의 화개장터 아치형 출입구. — 사진 출처 koya-culture.com

김동리의 '역마'와 조영남의 '화개장터'가 만든 두 번째 유명세

화개장터는 소설가 김동리의 대표작 '역마'의 무대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88년 발표된 가수 조영남의 노래 '화개장터'는 경향신문 1987년 10월 27일 자에 실린, 화개장터가 지역 갈등의 해방구 역할을 한다는 취지의 르포 기사를 계기로 만들어졌다. 노래가 인기를 얻은 뒤 장터는 옛 명성을 되살리려는 움직임과 함께 새로운 관광지로 거듭났다.

2023년 한국일보 기사에는 장터 입구에 세워진 조영남의 동상이 방문객을 맞는 모습이 담겨 있다.

화개장터 입구에 세워진 가수 조영남의 동상.
화개장터 입구에 세워진 가수 조영남의 동상. — 사진 출처 hankookilbo.com

2022년 11월, '영호남 화합의 상징'이 흔들렸던 일주일

화개장터는 오랫동안 영호남 화합의 상징으로 불렸지만, 2022년 11월 17일 하동군이 낸 장옥 입점자 모집 공고는 이 상징성을 시험대에 올렸다. 공고는 농특산물·먹거리 분야 신청 자격을 '3년 이상 하동군에 거주한 사람'으로, 체험·기념품·대장간·엿장수 분야는 '1년 이상 군 거주자'로 제한했다.

이 때문에 전체 74개 점포 가운데 호남 상인에게 배정되는 자리가 단 한 곳도 남지 않게 됐다. 2016년과 2019년 모집에서는 '호남장옥'이라는 이름으로 광양시 거주자 2개, 구례군 거주자 1개 점포가 배정된 전례가 있었다. 구례에서 40여 년째 호떡과 농산물을 팔아온 한 상인은 장애인 아들을 둔 처지에서 점포를 비워줘야 할 상황에 놓였다고 말했다.

반발이 커지자 하동군은 공고를 낸 지 1주일 만에 자격 요건을 이전대로 되돌려 재공고했다. 다만 하동 지역 난전 상인들 사이에서는 하동 상인은 재계약에서 배제하면서 호남 상인에게만 별도 자리를 지정해 주는 방식에 대한 불만도 함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장옥 74칸에서 만나는 재첩국, 대장간, 그리고 지리산 특산물

시장 안에는 국밥집, 도토리묵, 재첩국집, 주막, 엿장수, 산나물과 녹차 같은 특산품 점포들이 늘어서 있고,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대장간에서는 호미·낫 같은 농기구와 주방용 칼을 즉석에서 만들어 판다. 장터에 들어서면 무쇠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는 대장간을 가장 먼저 마주친다.

현재 시장에서는 야생 녹차, 둥굴레, 더덕 같은 지리산·섬진강 특산물과 함께 보리밥, 산채비빔밥, 국밥, 재첩 요리를 파는 식당, 고로케·아이스크림·수제 강정 같은 간식 노점이 함께 영업한다.

맛집 정보 매체 식신이 소개한 옥화주막(쌍계로 21 일대)은 재첩국·재첩회에 더덕구이, 양념게장을 곁들인 정식이 1인 약 25,000원이며, 향미가든(쌍계로 12)은 참게탕과 재첩회덮밥(약 13,000원)으로 재방문 평이 좋다고 소개됐다. 맛집 리뷰 플랫폼 다이닝코드에는 밤톨(디저트), 혜성식당(재첩), 쌍계명차(카페) 등 108곳의 화개장터 인근 식당 정보가 등록돼 있다.

화개장터에서 판매되는 지리산 산나물과 말린 나물들.
화개장터에서 판매되는 지리산 산나물과 말린 나물들. — 사진 출처 hankookilbo.com
화개장터 재첩국·재첩회를 파는 식당가 모습.
화개장터 재첩국·재첩회를 파는 식당가 모습. — 사진 출처 hankookilbo.com
화개장터에서 판매 중인 향토 먹거리.
화개장터에서 판매 중인 향토 먹거리. — 사진 출처 koya-culture.com

화개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도보 3분, 주차는 서둘러야 한다

화개장터는 화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도보 3분 거리에 있으며, 대표전화는 055-883-5722, 문을 여는 시간은 09:00~18:00이지만 점포마다 조금씩 다르다. 같은 정보는 하동군 공식 문화관광 홈페이지(hadong.go.kr)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화개시외버스공용터미널 주변에는 화개버스터미널과 화개장터라는 이름이 붙은 정류장이 각각 따로 있어, 목적지를 '화개장터' 정류장으로 지정해 두면 헷갈리지 않는다. 대중교통이 여의치 않을 때는 전라선 구례구역에서 내려 택시로 이동하는 방법도 있다.

시장 앞 공영주차장은 1시간까지 무료이며 이후 30분마다 500원, 다시 10분마다 100원씩 추가되고 결제는 카드만 가능하다. 다만 2022년 여름 한낮에 방문한 한 방문기에는 이 주차장이 차량 30여 대도 채 대지 못할 만큼 좁아 오전 11시에도 이미 만차였다는 경험이 남아 있다.

화개장터 내부 상점가 통로 풍경.
화개장터 내부 상점가 통로 풍경. — 사진 출처 koya-culture.com
화개장터 앞 좁은 공영주차장 풍경.
화개장터 앞 좁은 공영주차장 풍경. — 사진 출처 koya-culture.com

3월 27일부터 사흘, 그리고 십리벚꽃길의 순서

봄이면 매년 4월 초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 10리에 걸쳐 벚꽃이 만발하며 '화개장터 벚꽃축제'가 열린다. 하동군 문화관광 홈페이지의 2026년 축제 캘린더에는 이 축제가 3월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간 열린다고 안내돼 있다.

경상남도 축제 정보 사이트에도 화개장터 벚꽃축제가 하동군 화개면 일원에서 열린다고 소개돼 있으며, 여행 매체 텔트립에 따르면 축제 주말인 이틀째와 사흘째에는 차 없는 거리가 운영돼 해당 구간에 차량 통제와 일방통행이 적용된다.

축제가 열리는 사흘과 벚꽃이 가장 화려한 시점은 조금 다를 수 있어, 여러 방문 후기에서는 만개 시점을 축제 이후인 4월 초·중순으로 짚기도 한다. 축제장은 화개장터에서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봄철 화개장터 인근 벚꽃길을 찾은 사람들의 모습.
봄철 화개장터 인근 벚꽃길을 찾은 사람들의 모습. — 사진 출처 gnnews.co.kr

후기가 반복하는 두 가지 이야기 — 정돈된 입구와 아쉬운 물가

2022년 여름 화개장터를 다시 찾은 한 방문기는 정돈된 아치형 출입구를 보고 마음속으로 좋아졌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적었다. 입구의 '화개장터' 표지석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방문객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고 전한다.

그러나 같은 방문기는 예전 장터의 정취를 기대하고 찾아간 걸음이 특색 없는 '무늬만 장터'라는 실망으로 이어졌다고 적었고, 한 식당에서 뚝배기가 아닌 멜라민 그릇에 담긴 재첩국을 1만 원에 팔았다는 경험도 함께 남겼다. 예스러운 시골장터의 정취를 기대하는 사람보다는 먹거리·특산물 쇼핑과 사진 촬영을 목적으로 하는 방문객에게 더 맞는 곳일 수 있다.

맛집 매체 식신은 점심시간 직전인 오전 11시 30분 이전이나 오후 5시 이후에 방문하면 대기가 비교적 수월하다고 안내하며, 재첩은 봄부터 초여름, 참게는 가을부터 초겨울이 제철이라고 소개한다.

방문 전 확인

주소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쌍계로 24 1층
운영시간
09:00~18:00 (점포별로 다름)
요금
무료 (시장 입장 기준, 개별 점포·식당 이용은 별도 결제)
전화
055-883-5722
공식 홈페이지
https://www.hadong.go.kr/here/03065.web?amode=view&idx=1304
대중교통
화개시외버스터미널에서 도보 3분. 화개시외버스공용터미널 인근 '화개장터' 정류장 하차. 전라선 구례구역에서 택시 이용 가능.
주차
장터 앞 공영주차장 1시간 무료, 초과 시 30분당 500원+10분당 100원 추가(카드결제만 가능). 성수기 낮 시간에는 주차공간이 좁아 만차가 되는 경우가 많다.

위 정보는 작성 시점 기준입니다. 방문 전 공식 안내를 다시 확인하세요.

화개장터 영호남 화합 섬진강 전통시장 조영남 화개장터 벚꽃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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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장소
하동화개장터
경상남도 하동군 화개면 쌍계로 24 1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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