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나무 160그루의 길, 신사동 가로수길
신사동 가로수길은 1980년대 중반 주민들이 심은 은행나무 가로수에서 이름을 딴 강남구 신사동의 상업가로로, 2018년 국내 첫 애플스토어가 들어서며 전성기를 맞았다가 2025년 현재는 공실률 40%를 넘기며 상권 중심이 안쪽 골목 '세로수길'로 옮겨가는 중이다. 3호선 신사역 8번 출구에서 도보 10분 거리이며, 은행잎이 물드는 가을과 신록이 돋는 봄이 걷기 좋은 시기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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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신사동이 압구정동에서 분리되며 시작된 은행나무 심기
가로수길이라는 이름은 실제로 길가에 심어진 은행나무 가로수에서 나왔다. 1980년 7월 신사동이 압구정동에서 분리될 당시, 4차선 대로에 아파트촌이 들어선 압구정동과 달리 신사동은 2차선 소로 중심의 고급 단독주택가였다. 이후 1980년대 중반 새마을 회원을 비롯한 신사동 주민들이 동네 경관을 꾸미기 위해 2차선 도로 좌우에 은행나무 140여 그루를 심었고, 오늘날에는 160여 그루로 늘어나 왕복 2차로를 따라 줄지어 있다.
은행나무가 자라는 동안에도 이 거리는 오랫동안 번화가와는 거리가 멀었다. 1990년대까지 이 일대는 주로 그림을 파는 화랑이나 소규모 공방이 모인 조용한 거리였고, 당시 압구정·신사동의 실질적 번화가는 압구정 로데오거리였다. 2009년에는 영화 '청담보살'의 배경지로 등장하며 대중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1965년 제3한강대교 착공에서 이어진 강남 개발의 곁가지
가로수길이 놓인 신사동의 도시 골격은 1965년 제3한강대교(현 한남대교) 착공과 경부고속도로 계획 발표를 계기로 빠르게 갖춰진 강남 개발의 산물이다. 강남 개발 초기에는 압구정을 포함한 단독주택 중심 계획이었으나, 이후 아파트지구가 신설되면서 반포·압구정·청담·도곡 등 4개 지구를 포함한 11개 지구가 지정됐고, 압구정로를 중심으로 노선상가가 형성된 흐름이 훗날 가로수길 상권의 밑거름이 됐다.
다만 가로수길 자체는 처음부터 상업가로로 계획된 길이 아니었다. 인위적인 물리적 공간 조성이 아니라 갤러리와 패션·디자인 관련 시설이 하나둘 들어서면서 자생적으로 성장한 상업가로라는 점이 압구정 로데오거리나 청담동 갤러리거리와는 다른 형성 경로다.
90년대 화랑거리에서 2018년 국내 1호 애플스토어까지
1990년대 초중반, 압구정 로데오거리에서 활동하던 패션 디자이너들의 작업실과 작은 부티크가 가로수길 쪽으로 옮겨오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상업지대다운 모습을 갖춘 것은 1990년대 후반으로, 가구점과 편집숍이 하나둘 들어서며 화랑·공방 거리에서 패션 거리로 성격이 바뀌어 갔다.
이 거리의 상징적 정점은 2018년 1월 27일 오전 10시에 찾아왔다. 대한민국 첫 Apple Store인 'Apple 가로수길'이 이날 공식 개점했는데, 이는 2001년 미국에서 첫 매장을 연 이래 전 세계 500번째로 문을 연 애플 스토어였다. 설계에는 애플 파크를 설계한 노먼 포스터의 건축사무소 포스터+파트너스가 참여했다.

2020년 6월 19일, '압구정로12길'과 '도산대로13길'이 '가로수길'이 되다
지금은 누구나 '가로수길'이라 부르지만, 법정 도로명은 오랫동안 따로 있었다. 2011년 이래 이 길은 '도산대로13길'과 '압구정로12길'이라는 행정구역상 도로명으로 지정돼 있었고, 실제 도로명주소가 '가로수길'로 바뀐 것은 2020년 6월 19일부터다. 이 통합 개편으로 압구정로12길에서 도산대로13길까지 이어지는 구간 전체가 하나의 이름을 갖게 됐으며, 애초에 '○○로○○길' 형식의 도로명을 처음 도입한 곳이 강남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권 이름이 정식 지번을 대체한 드문 사례이기도 하다.
거리의 물리적 범위는 현대고등학교 앞 사거리에서 신사역 동쪽 도산대로와의 삼거리까지이며, 법정동 기준으로는 서울특별시 강남구 신사동 530-4 일대에 해당한다.
가로수길 vs 세로수길: 상권은 왜 골목 안으로 옮겨갔나
가로수길 바로 옆 이면도로인 '세로수길'은 2010년대 초반부터 가로수길의 후광효과를 입고 식음 상권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2011년 취재 당시 이미 세로수길 인근 주택가는 상가로 개조되는 중이었고,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가로수길이 쇼핑거리라면 세로수길은 푸드거리라며 두 거리가 상호 보완적으로 성장한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의 월평균 매출을 비교한 빅데이터 분석에서는 세로수길의 매출 규모가 줄곧 가로수길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2024년에는 탬버린즈가 신사 플래그십 스토어를 세로수길에 열면서 중심 상권이 안쪽 골목으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졌고, 전체 고객의 80%가 외국인으로 알려진 제너럴아이디어 매장도 세로수길의 신흥 강자로 꼽힌다. 반면 가로수길 대로변은 임대 문의 현수막이 늘어선 모습이 반복적으로 보도됐는데, 2025년 1분기 공실률이 41.6%를 기록한 데 이어 2분기에는 2.3%포인트 오른 43.9%까지 치솟아 서울 7대 상권 중 가장 높은 공실률을 기록했다. 같은 시기 명동 공실률이 5%대까지 낮아진 것과 대조적이다. 일부 분석은 2018년 애플스토어 입점이 오히려 주변 임차료를 밀어올려 젠트리피케이션을 가속한 계기가 됐다고 지적하며, 최근에는 상권이 세로수길을 넘어 '나로수길·다로수길'로까지 확장되는 모습도 관찰된다.


강남구가 2024년 12월 가로수길을 '특별가로구역'으로 지정한 이유
상권 침체가 이어지자 강남구는 신사동 667-13 일대 8만2887㎡를 전국 최초로 일조권 규제를 완화한 특별가로구역으로 지정했다. 상업적 성격이 강한 지역이면서도 가로수길 구간은 제2종일반주거지역, 압구정로변은 제3종일반주거지역으로 분류돼 있어 그동안 건축물이 일조권 규제를 받아 계단식으로 지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번 지정으로 건물의 직선적 설계가 가능해지고 기존 상업 건물의 활용도도 높아질 것으로 강남구는 기대하고 있으며, 창의적인 디자인의 건축물이 새로 들어서면 가로수길의 경관을 재정비하고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사역 8번 출구에서 가로수길 초입까지, 실제 동선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은 3호선 신사역이다. 신사역 8번 출구로 나와 직진하다가 파리바게트와 외환은행 사이 길로 들어서면 가로수길이 시작되며, 8번 출구에서 동쪽으로 약 300m를 걸으면 거리 초입에 닿는다. 거리 전체 길이는 800m 남짓으로, 왼편에 거리가 보이기 시작해 도산대로와 만나는 삼거리까지 이어진다. 대중교통 앱 기준으로 신사사거리·가로수길 정류소를 지나는 버스는 140, 148, 145, 440, 441, 470, 142, 240, 4212, 4412, 6009, 9404번 등이 있다.
신사역 일대는 강남의 대표적 유흥가 중 하나로도 꼽히며, 4번 출구 쪽에는 신사동 간장게장골목이 형성돼 있어 가로수길 방문 전후로 함께 들르는 경우가 많다.
차로 간다면: 신구초등학교 공영주차장이 첫 번째 선택지
가로수길 안쪽은 골목이 많고 메인 도로로 차가 몰리면 순식간에 정체가 발생하기 때문에, 방문자들 사이에서는 목적지가 될 만한 공영주차장 이름을 미리 정해 두고 움직이라는 조언이 반복된다. 가장 많이 언급되는 곳은 신구초등학교 공영주차장으로, 요금이 저렴하고 접근성이 좋은 대신 오후로 갈수록 자리가 빠르게 차기 때문에 오전 방문이 권장된다. 실제 방문 후기들에서는 오후 2시 이전에 도착해야 자리를 잡기 수월하다는 언급이 반복해서 나온다.
신구초등학교 주차장이 만차라면 잠원동 일대의 공영주차장이나 도미인 서울 가로수길 주차장(기계식)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며, 여유가 된다면 한강시민공원 주차장에 세우고 걸어서 이동하는 방법도 있다. 다만 가로수길·세로수길 안쪽에는 호텔 발렛 수요도 많아 주말에는 이마저 여의치 않을 수 있다.
도산공원까지 걸어서 — 안창호 선생 묘소가 있는 도심 속 쉼터
가로수길과 인접한 도산근린공원(도산공원)은 1997년 개원한 이래 신사동을 대표하는 공원으로 자리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의 애국정신과 교육정신을 기리기 위해 조성됐으며, 공원 안에는 안창호 선생과 부인 이혜련 여사의 묘소가 있다. 강남구청 역시 인근 도산공원과 인접한 가로수길을 강남의 대표적 관광 명소로 소개하고 있어, 두 곳을 묶어 걷는 코스가 자연스럽다.
도산공원 주소는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45길 20이며, 지하철로는 압구정로데오역 5번 출구에서 약 700m 거리다. 이용시간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고 입장 마감은 오후 4시 30분이며, 입장료는 무료다. 매년 1월 1일과 설·추석 연휴에는 휴관한다.
봄 신록과 가을 은행잎, 언제 가야 예쁠까
가로수길이라는 이름값을 가장 실감할 수 있는 계절은 단연 가을이다.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고 낙엽이 거리에 내려앉는 시기가 되면 이를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는 점이 오래전부터 이 거리를 유명하게 만든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봄 역시 놓치기 아까운 시기다. 2026년 봄 방문 후기들에서는 양쪽으로 늘어선 은행나무에 연둣빛 새잎이 돋아나는 시기를 1년 중 가장 아름다운 순간으로 꼽으며, 메인 거리를 걷고 난 뒤 골목 안 세로수길까지 이어서 둘러보라는 조언이 함께 언급된다. 반대로 한겨울에는 낙엽이 진 은행나무만 앙상하게 남아 있어, 사진을 목적으로 방문한다면 늦가을이나 봄으로 시기를 맞추는 편이 낫다.
방문 전 확인
- 주소
- 서울특별시 강남구 가로수길 52 (신사동 일대, 도로 구간: 현대고등학교 앞 사거리 ~ 신사역 동쪽 도산대로 삼거리)
- 운영시간
- 거리 자체는 상시 개방된 공공도로로 별도 운영시간이 없다. 개별 매장은 대체로 11:00~21:00 사이이며 브랜드·업종별로 다르다.
- 휴무일
- 거리 자체는 휴무 없음. 개별 매장 휴무일은 상점마다 다르다.
- 요금
- 무료(거리 통행). 매장 이용 시 상품·서비스별 개별 요금.
- 전화
- 02-3423-7320 (강남구 신사동 행정복지센터, 지역 문의용 대표번호)
- 공식 홈페이지
- https://www.gangnam.go.kr
- 대중교통
- 지하철 3호선 신사역 8번 출구에서 동쪽으로 약 300m~800m, 도보 약 8~10분. 버스 140·148·145·440·441·470·142·240·4212·4412·6009·9404번 등 신사사거리·가로수길 정류소 하차.
- 주차
- 거리 내 전용 주차장 없음. 신구초등학교 공영주차장이 접근성·요금 면에서 가장 많이 이용되나 오후에는 만차가 잦아 오전 방문 권장. 잠원동 공영주차장, 한강시민공원 주차장, 건물 발렛 등이 대안.
- 소요시간
- 가로수길만 도보로 약 1시간, 세로수길·나로수길까지 함께 둘러보면 2~3시간.
- 접근성
- 보도가 넓고 평탄해 휠체어·유모차 이동은 비교적 수월하나, 세로수길 등 안쪽 골목은 폭이 좁고 단차가 있는 구간이 있다. 별도의 다국어 안내판은 제한적이며 외국어 응대 가능 여부는 매장마다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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